-
윤성택 - 담장과 나무의 관계시(詩)/윤성택 2014. 1. 17. 18:54
담장 틈에서 나뭇가지가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아주 천천히 금이 자라도 좋았다
바람조차 알 수 없는 금의 방향은
담장의 천형이었다
견딘다는 것은 상처를 제 안에 새기는 것이다
담장 곳곳 나무의 실뿌리가 번졌다
그 틈으로 수액처럼 물이 올랐고
바람 불 때마다 조금씩 흔들렸다
혹독한 겨울을 지나면서
나무는 말라가고 있었다
날이 풀리자 담장은 기어이
금 밖으로 무너져 내렸다
나무가 활짝 몸을 열었다
검은 금들이 가지로 뻗어 올랐다
(그림 : 박태식 화백)
'시(詩) > 윤성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성택 - 여전히 그대는 아름다운지 (0) 2014.01.17 윤성택 - 술잔의 지문 (0) 2014.01.17 윤성택 - 너를 기억하다 (0) 2014.01.17 윤성택 - 밤기차 (0) 2014.01.17 윤성택 - 주유소 (0) 2014.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