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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밤기차를 탔었다
검은 산을 하나씩 돌려 세워 보낼 때마다
덜컹거리는 기차는 사선으로 몸을 틀었다
별빛은 조금씩 하늘을 나눠가졌다
종착역으로 향하는 기차는 인생을 닮았다
하루하루 세상에 침목을 대고
나 태어나자마자 이 길을 따라 왔다
빠르게 흐르는 어둠 너머
가로등 속 누군가의 고단한 길이 들어 있었다
간이역처럼 나를 스쳐간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차창 밖은 세상의 가장 바깥이었다
함부로 내려설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
기차표를 들여다보았다
가는 곳이 낯설어 지고 있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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