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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낡음의 평화에 대하여시(詩)/박상천 2013. 12. 30. 09:49
깊게 패인 노인의 주름살, 그 삶의 속살무늬에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추억이나 회한이 아니다.
낡아가는 것에서 우리는 평화를 만나고
편안함을 느낀다.
세월이 흐를수록
우리의 마음의 울타리는 점차 허물어지고
굳게 걸고 있던 빗장도 허술해지지만
울타리가 허물어지고
빗장이 허술해질수록
우리의 평화는 굳건해진다.
철조망의 가시에 녹이 슬듯
우리의 삶은 쉽게 낡아가고
나무 울타리의 결무늬가 확연히 드러나듯
우리의 삶은 깊게 주름이 패이지만
세월의 저 뒤켠,
묵직한 종소리에 실려온
녹이 슨 철조망의 평화,
주름살이 내려앉은 사랑의 편안함.(그림 : 우용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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