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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슬픔의 정체시(詩)/박상천 2013. 12. 30. 09:44
뒤에서 슬그머니 나를 따라다니는
그러나 뒤돌아보면 보이지 않는
슬픔의 정체를 보고 싶어요.
연두빛 새잎이 싱그러운 이 봄날의 기쁨 속에서
문득 내 목덜미를 잡아끄는,
맑고 고운 햇살이 눈부신 황홀 속에서
문득 내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한 잔 술을 앞에 두고 즐거워 웃고 있을 때
내 뒤 머리카락을 살짝 건드리는,
고속도로를 달려갈 때
과일을 깎고 있을 때
겨울 바닷가에 서 있을 때
육교 위로 다 올라섰을 때
문득 내 등을 확, 떠미는
슬픔의 정체
백밀러의 사각지대(死角地帶)에 숨은이 슬픔의 정체를 보고 싶어요.
(그림 : 이기우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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