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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눈물은 우리의 마음을 씻어주네시(詩)/박상천 2013. 12. 30. 09:42
아침에 택시를 타고 가며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그 방송에서는 어느 여성이 보내온 편지를 낭독하고 있었다.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였다.
그래,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흐르는 눈물을 택시 운전기사에게 보이기 싫어
나는 고개를 돌리고 창 밖만을 바라다보았다.
손으로 눈물을 닦으면 흘리는 눈물을 들킬까봐 흐르는 눈물을 그냥 내버려두었다.
뜨거운 눈물이 자꾸 볼 위를 타고 흘러 내렸다.
창 밖에는 밝은 햇살이 내리고 있었지만 자꾸만 흐려졌다. 흐려졌다.
흐려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운전사 아저씨가 조용히 길가에 차를 세웠다.
조금 쉬었따 가자는 그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했다.
눈물은 조용히 우리의 마음을 씻어 주었다.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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