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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 연필은 왜 볼펜이 되었나시(詩)/박상천 2013. 12. 30. 09:48
자신을 조금씩 깎아가며 몸전체로 살았지만
지우개는 그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연필은 아쉽고 불안했다.
몸을 깎지도 않고 지우개가 지울 수도 없는 방법을 생각하며
연필은 자신의 몸을 깎는 일을 스스로 거부했다.
그의 가슴은 점점 비어가면서 빈 가슴에는 잉크가 차올랐다.
그는 드디어 자신의 몸을 깎지도 않고, 자신을 닳게 하지도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지우개는 그의 흔적을 지울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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