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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초 - 곗날
    시(詩)/이병초 2013. 12. 26. 14:29

     

     

     

    참깨 베어낸 자리 오목하게 파서
    삭달가지 불쏘시개 한 줌 깔고, 장작 쌓고
    불을 댕긴다

    검게 뭉클거리는 연기 다 빠져나가고 야울야울 이글거리는 잉걸불
    그 위에 철망 걸고 도톰하게 썰어온 돼지목살을
    굽는다

     

    지글지글 기름방울 떨어질 때마다
    불길 확 솟으며 낸내가 묻는 목살
    마늘된장 찍는다

    비계 많은 쪽만 골라먹는 놈은 입천장이나 데어라.

    저만 오래 살겠다고 술담배 끊은 비겁한 놈은 똥꼬 대라고 조져라! 

     

    가을햇살에 심줄 튀어나오며 붉어진 목

    바람 타는 수수모가지처럼 몸이 흔들린다

    학교 갔다 돌아와 허둑거리며 솥뚜껑을 열면

    부우웅 날아오르는 파리떼

     

    파리가 죄 빨아먹은 붉은 수수알 깨금깨금 빼먹고 나면

    입술이 소 혓바닥처럼 깔깔했지

    토방에 뱉은 수수껍질 쓸며 눈앞이 흐려왔지

     

    비틀거리는 친구의 귀밑께 뒷목께 히끗히끗

    세월이 튼다

    양글양글 여문 쥐밤 닷 되 따오겠다는 놈은 바위그늘에 잠들었다

    성묘왔지 싶은 가을햇살이 상수리나무 잎사귀 핥아대며 그림자를 늘인다

    (그림 : 안영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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