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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뒷방 문살은 대나무를 쪼개
낫으로 납작하게 민 것이었다
긴 대는 위에서 아래로 내리질렀고
짧은 대는 둥근 풀잎처럼 그냥쟝 휘어져
간신히 문살 시늉을 하고 있다
문틀은 네모났으나 휘어진 문살이 만든 칸들은
귀 떨어진 채여서 둥글게도 보인다
배가 불룩해서 애 밴 여자 같다
어린것 잠짓이 왜 고로코롬 사납댜?
습자지를 문창에 비춰가며 외할매는 담배를 말고
무릎 사이에 두 귀를 파묻은 당신 머리빡으로
우수수 쏟아져버릴 것 같은 문살들
달빛이 튕겨나가며 댓잎무늬를 쳐댄다
삼베이불 위에 깔린 댓잎무늬를 베고문살마다 푸르스름한 비린내가 묻어 있다
(그림 : 방복희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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