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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계란껍질 같은 손금을 쥐고도나는 아직도 병신이 못 되었다올여름은 일 없이 이곳 과수원집에 와서꽁짜로 복송도 얻어먹고물외순이나 집어주고 지냈다아궁이 재를 퍼서 잿간에 갈 때마다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잿간 구석에 처박힌이 빠진 써레에 눈길이 가곤 했다듬성듬성 시연찮은 요 이빨들 가지고논바닥을 평평하게 고르긴 골랐었나뭉텅뭉텅 빠져나간 게 더 많지 않았겠나이랴 자라! 막써레질로 그래도 이골이 났었겠지창틀에 뒤엉킨 박 넝쿨들 따로따로 떼어뒤틀린 서까래에 매어두고 나도
이 빠진 한뎃잠이나 더 자야겠다
(그림 : 김대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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