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이병초 - 또랑길
    시(詩)/이병초 2014. 7. 5. 17:01

     

     

    동진강 가는 또랑길

    보릿대 태우는 냇내가 무덥다

     

    내 손바닥 잔금들이

    소쿠리 바닥 찍어놓은 것 같다고

    쫑알대는 지지배를 따라왔던 길,

    논고랑에 튀는 가물치를

    삽날로 찍어냈다는 말에

    갯버들 속에 물떼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던 길,

     

    아이 깜짝야, 니가 시켰지

    너 이담에 뭐 될라고 그러냐?

    내 겨드랑이 깊숙이 박힌 날갯죽지를

    지지배는 다짜고짜 끄집어내려 들었고

    노을 깔리는 강둑길에 지지배를 업고

    갯내 짠내 뒤엉킨 뻘밭 속에

    나는 푹푹 빠지고만 싶었다

     

    와리바시로 쌈장을 찍어 바람벽에 써 보던 이름

    동진강 둑길에 깔리던 달짝 같았던 시간을

    나는 자살처럼 아꼈다

    너 이담에 뭐 될라고 그러냐 쫑알대는 목소리가

    동진강 가는 무더운 또랑길에

    풀잎처럼 자꾸만 둥글게 휘어진다

    (그림 : 김종수 화백)

    '시(詩) > 이병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병초 - 마늘  (0) 2014.07.05
    이병초 - 봄편지  (0) 2014.07.05
    이병초 - 명당明堂  (0) 2014.07.05
    이병초 - 써레  (0) 2014.07.05
    이병초 - 문살  (0) 2014.05.0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