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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강 가는 또랑길
보릿대 태우는 냇내가 무덥다
내 손바닥 잔금들이
소쿠리 바닥 찍어놓은 것 같다고
쫑알대는 지지배를 따라왔던 길,
논고랑에 튀는 가물치를
삽날로 찍어냈다는 말에
갯버들 속에 물떼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던 길,
아이 깜짝야, 니가 시켰지
너 이담에 뭐 될라고 그러냐?
내 겨드랑이 깊숙이 박힌 날갯죽지를
지지배는 다짜고짜 끄집어내려 들었고
노을 깔리는 강둑길에 지지배를 업고
갯내 짠내 뒤엉킨 뻘밭 속에
나는 푹푹 빠지고만 싶었다
와리바시로 쌈장을 찍어 바람벽에 써 보던 이름
동진강 둑길에 깔리던 달짝 같았던 시간을
나는 자살처럼 아꼈다
너 이담에 뭐 될라고 그러냐 쫑알대는 목소리가
동진강 가는 무더운 또랑길에
풀잎처럼 자꾸만 둥글게 휘어진다
(그림 : 김종수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