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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초 - 미꾸라지시(詩)/이병초 2013. 12. 26. 14:26
찌그러진 주전자 허리에 차고
미꾸라지를 캔다 벼 벤 밑동을 파면
거기 요동치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아찔함을 건져 주전자에 담는다
확에 갈아 체에 밭치기 전 요것들을
고무 함지에 쏟아 놓고 소금 뿌려 썩썩 문지를 때
죽을둥살둥 손에 감기던 차진 살맛이
목구멍으로 꼴깍 넘어간다
땀에 번들거리며 고닥새 해 넘어갈 틴디 집에는 언제 가냐고
고시랑고시랑 따라붙던 가시내의 손목도
주전자 속 미꾸라지같이 매끄러워서
차진 살맛이 손끝에 아찔아찔 물린다
억새밭 빠져나온 냇내가 저녁놀처럼 깔린다'시(詩) > 이병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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