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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시(詩)/신경림 2013. 12. 14. 00:29
살아서 남은 자들은 기쁨에 들떠
창을 열어 따슷한 바람을 맞아들이고,
맑은 햇살을 손에 받고,
문득 잊었던 이름 생각나면 짐짓
부끄럽고 슬픈 얼굴을 하고.
밤이면 서로의 몸 뜨겁게 탐하며,
싹으로 트고 꽃으로 피기 위해서.
머지않아 가진 것 다져 열매도 매여야지.
지상에서 가장 크고 단 열매를.
흙이 되어버린 이들의 이 값진 눈물과
물이 되어버린 이들의 뜨거운 피를
잊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또 닥칠 비바람을 이기기 위해서
더 단단히 몸을 여미고 죄면서.
잊었던 이름 더 까맣게 잊어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그림 : 안기호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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