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림 - 나무를 위하여시(詩)/신경림 2013. 12. 14. 00:27
어둠이 오는것이 왜 두렵지 않으랴
불어닥치는 비바람이 왜 무섭지 않으랴
잎들 더러 썩고 떨어지는 어둠 속에서
가지들 휘고 꺽어지는 비바람 속에서
보인다 꼭 잡은 너희들 작은 손들이
손을 타고 흐르는 숨죽인 흐니낌이
어둠과 비바람까지도 삭여서
더 단단히 뿌리와 몸통을 키운다면
너희 왜 모르랴 밝은 날 어깨와 가슴에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달게 되리란걸
산바람 바닷바람보다도 짓궂은 이웃들의
비웃음과 발길질이 더 아프고 서러워
산비알과 바위너설에서 몸 움추린 나무들아
다시 고개 들고 절로 터져나올 잎과 꽃으로
숲과 들판에 떼지어 설 나무들아(그림 : 송필용 화백)
'시(詩) > 신경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경림 - 장미와 더불어 (0) 2013.12.14 신경림 - 수유나무에 대하여 (0) 2013.12.14 신경림 - 오랑캐꽃 (0) 2013.12.14 신경림 - 무인도(無人島) (0) 2013.12.14 신경림 - 파장 (0)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