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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 수유나무에 대하여시(詩)/신경림 2013. 12. 14. 00:28
네가 살아온 나날을 누가
어둠뿐이었다고 말하는가.
몸통 군데군데 썩어
흉한 상처 거멓게 드러나고
팔다리 여기저기 잘리고 문드러져
온몸이 일그러지고 뒤틀렸지만
터진 네 살갗 들치고
바람과 노을을 동무해서
어깨와 등과 손끝에
자잘한 꽃들 노랗게 피어나는데.
비록 꽃향기 온 들판을 덮거나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지는 못해도
노란 꽃잎 풀 속에 떨어지면
옛얘기보다 더 애달픈
초저녁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되겠지.
누가 말하는가 이 노래 듣는 이
오직 하늘과 별뿐이라고.(그림 : 박용섭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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