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림 - 장미와 더불어시(詩)/신경림 2013. 12. 14. 00:29
땅속에서 풀려난 요정들이
물오른 덩굴을 타고
쏜살같이 하늘로 달려 올라간다
다람쥐처럼 까맣게 올라가
문득 발 밑을 내려다보고는
어지러워 눈을 감았다
이내 다시 뜨면 아
저 황홀한 땅 위의 아름다움
너희들 더 올라가지 않고
대롱대롱 가지 끝에 매달려
꽃이 된들 누가 탓하랴
땅속의 말 하늘 높은 데까지
전하지 못한들 누가 나무라랴
발을 구르며 안달을 하던 별들
새벽이면 한달음에 내려오고
맑은 이슬 속에 스스로를 사위는긴 입맞춤이 있을 터인데
(그림 : 장종순 화백)
'시(詩) > 신경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경림 - 가을에 (0) 2013.12.14 신경림 - 또 한번 겨울을 보낸 자들은 (0) 2013.12.14 신경림 - 수유나무에 대하여 (0) 2013.12.14 신경림 - 나무를 위하여 (0) 2013.12.14 신경림 - 오랑캐꽃 (0) 2013.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