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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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낙엽시(詩)/조병화 2014. 2. 6. 11:05
당신 생각만 했지요 당신께만 할 이야기가 많았지요 당신만 기다리다 말았지요 초록색 몸차림을 하고 단장을 하고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당신 생각만 했지요 어느 날 당신이 내 그늘 아래 쉬었을 때 그때 내 마지막 그 말을 당신에게 주는 걸 그랬어요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아주 잊어버린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신 생각만 했어요 당신께만 할 말이 많았어요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도 먼 이 자리에서 당신만 기다리다 말았어요 (그림 : 김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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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봄비시(詩)/조병화 2014. 1. 11. 13:42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온종일 책상에 앉아, 창 밖으로 멀리 비 내리는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거기 떠오르는 당신 생각 희미해져 가는 얼굴 그래,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실로 먼 옛날 같기만 합니다 전설의 시대 같은 까마득한 먼 시간들 멀리 사라져 가기만 하는 시간들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그 속에, 당신과 나, 두 점 날이 갈수록 작아져만 갑니다 이런 아픔, 저런 아픔 아픔 속에서도 거듭 아픔 만났다가 헤어진다는 거 이 세상에 왜, 왔는지? 큰 벌을 받고 있는 거지요 꿈이 있어도 꿈대로 살 수 없는 엇갈리는 이 이승 작은 행복이 있어도 오래 간직할 수 없는 무상한 이 이승의 세계 동우리를 틀 수 없는 자리 실로 어디로 가는 건가 오늘 따라 멍하니 창 밖으로 비 내리는 바다를 온 종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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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헤어진다는 것은시(詩)/조병화 2013. 12. 19. 22:42
맑아지는 감정의 물가에 손을 담그고 이슬이 사라지듯이 거치러운 내 감정이 내 속으로 깊이 사라지길 기다렸습니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ㅡ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해와 달이 돌다 밤이 내리면 목에 가을 옷을 말고 ㅡ이젠 서로 사랑만 가지곤 견디지 못합니다 ㅡ그리워서 못 일어서는 서로의 자리올시다 슬픈 기억들에 젖는 사람들 별 아래 밤이 내리고 네온이 내리고 사무쳐서 모이다 진 자리에 마음이올시다 헤어진다는 것은 영원을 말하는 것입니다 ㅡ나도 나하고 헤어질 이 시간에 (그림 : 김명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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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하루만의 위안시(詩)/조병화 2013. 12. 19. 22:41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그림 : 장태묵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