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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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시(詩)/조병화 2013. 12. 19. 22:40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은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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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해마다 봄이 되면시(詩)/조병화 2013. 12. 19. 22:39
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땅속에서, 땅 위에서 공중에서 생명을 만드는 쉬임 없는 작업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 해마나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명을 생명답게 키우는 꿈 봄은 피어나는 가슴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오,해마다 봄이 되면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나뭇가지에서, 물 위에서, 둑에서 솟는 대지의 눈 지금 내가 어린 벗에게 다시 하는 말이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 (그림 : 김영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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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먼 날, 어느 한 날시(詩)/조병화 2013. 12. 10. 12:53
먼 날, 어느 한 날이라도, 그 자리 너와 같이 하는 날 있으면 "지금"을 추억함에 흐르는 물 같고 생명의 날 다했을지라도 맑게 밝고 어둠이 있을지라도 아침과 같으리 먼 날, 어느 한 날이라도, 그 자리 너와 같이 하는 날 있으면 "오늘"을 추억함에 흐르는 물 같고 소망의 보람을 하여 든든하고 두루 살펴보며 편히 쉬리 먼 날, 어느 한 날이라도, 그 자리 너와 같이 하는 날 있으면 "지금"을 추억함에 흐르는 물 같고 지금의 어둠으로 하여 더욱 밝고 지금이 견딤으로 하여 더욱 기쁘리 먼 날, 어느 한 날이라도, 그 자리 내가 찾음에 그 자리 네가 있으면 "오늘"을 추억함에 흐르는 물 같고 젊음으로 하여 다 못 다함 네게 주리 애증으로 하여 다 못 다함 네게 주리 그리하여 긴 소망의 보람 다하여 두루 살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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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 산다는 거시(詩)/조병화 2013. 12. 9. 18:17
사람은 이 세상에 나와서 철이 들면서 스스로 스스로가 이 세상에 타고나온 고민을 고민하며 고민을 하지 않아도 좋은 것을 고민하면서 일생을 그렇게 지내다가 고민하면서 죽는다 살다보면 고민을 만들어 고민을 고민하며 있지도 않을 고민을 고민하면서 한치도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지혜로 캄캄한 두려움을 만들며 고민한다 어둠은 어둠으로 한없이 이어지며 뚫리고 두려움은 두려움으로 한없이 이어지며 뚫리고 근심과 안심은 근심과 안심으로 이어지며 뚫리고 순간순간 아슬아슬하게 산다 아, 이 아슬아슬한 인생의 길 살며 얼마나 많았던 그 캄캄한 고비였던가 사람은 이 세상에 나와서 죽을 때까지 한치 앞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고민을 고민하며 살며 고민을 만들어 고민을 살며 스스로 스스로가 타고나온 고민을 살다간다 (그림 : 김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