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이홍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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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 심봤다시(詩)/이홍섭 2015. 7. 30. 11:18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섯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 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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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 연잎에 고이는 빗방울처럼시(詩)/이홍섭 2015. 7. 7. 11:11
연잎에 고이는 빗방울처럼 나 그대에게 스밀 수 없네 경포호수를 다 돌아도 닿을 수 없는 그대 사랑, 빗방울 소리 빗방울 굵어지고 연잎은 하염없이 깊어가네 나 방해정(放海亭) 마루에 홀로 서서 불어나는 호수를 바라보고만 섰네 스밀 수 없는 그대 사랑 내 가슴을 열어 출렁이는 호수를 다 쏟아내어도 닿을 수 없는 그대 사랑, 빗방울 소리 나 이제 야위어 호수에 잠기네 나 이제 야위어 연잎에 잠기네 방해정 : 강원도 강릉시 경포로 449(저동 8) 방해정은 관직을 물러난 이봉구가 1859년(철종 10) 선교장의 객사(客舍) 일부를 헐어다가 짓고 만년을 보낸 곳이다. 화강암 장대석 두벌대로 쌓은 기단 위에 자연석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정면 4칸 측면 3칸의 기와로 된 ㄱ자형 팔작지붕집이다. 왼쪽은 마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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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섭 - 영동(嶺東)시(詩)/이홍섭 2015. 2. 3. 12:19
서리가 내렸으니 알이 꽉 찬 양미리가 줄줄이 올라오겠다 눈발이 희끗희끗하니 영 너머 덕장에는 명태가 줄줄이 엮이겠다 이윽고 온 천지에 펑펑 눈이 내리면 어머니는 처마 밑에서 꾸덕꾸덕해진 양미리를 내리고 눈발에 묻어 둔 김장독을 열어 명태 아가미가 퍽이나 시원한 서거리깍두기를 푸시겠다 영동 : 대관령을 영마루로 삼고 그 동쪽의 해안 사면을 이름한 것이다. 따라서 범위는 강릉 · 동해 · 속초 중심의 도시권과 고성 · 양양 · 명주 · 삼척 등의 군부(郡部)를 포함한다. 다시 말하면 해금강이 있는 고성에서 동곡(桐谷)천의 원덕에 이르는 구두끈처럼 긴 태백산맥의 동사면에 해당된다. (그림 : 최광선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