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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홍섭 - 심봤다
    시(詩)/이홍섭 2015. 7. 30. 11:18

     

    일평생 산을 쫓아다닌 사진가가 작품전을 열었는데,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어떤 심마니가

    한 작품 앞에 섯 감탄을 연발하며 발길을 옮기지 못하더란다. 이윽고 그 심마니는 사진가를

    불러 이 좋은 산삼을 어디서 찍었느냐고 물어온 것인데, 사진을 찍고도 그 이쁜 꽃의 정체를

    몰라 궁금해했던 사진가는 산삼이라는 얘기를 듣고는 기절초풍을 했더란다. 그날 이후 사진

    가는 작품전은 뒷전인 채 배낭을 메고 산삼 찍은 곳을 찾아 온 산속을 헤매게 되었다는데......

     

    그 사진가는 허름한 곱창집에서 소주잔을 건네며 사는 게 꼭 꿈결 같다고 자꾸만 되뇌는데,

    그게 자신한테 하는 말인지, 산삼한테 하는 말인지, 사진한테 하는 말인지 영 종잡을 수 없는

    것이라, 이상한 것은 그 얘기를 듣는 나도 그 사진가를 따라 오랫동안 산속을 헤매 다닌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고 자꾸만 사는 게 꿈결 같다고 맞장구를 치는 것인데......

     (그림 : 진상용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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