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김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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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시(詩)/김재진 2014. 1. 9. 16:47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ㅡ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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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 가득한 여백시(詩)/김재진 2014. 1. 9. 16:44
만약에 네가 누군가에게 버림받는다면 네 곁에 오래도록 서 있으리라 쏟아지는 빗줄기에 머리카락 적시며 만약에 네가 울고 있다면 눈물 멎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리라 설령 네가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때아닌 장미를 고른다 해도 주머니에 손 넣은 채 웃기만 하리라 가시에 손가락 찔린 네 예쁜 눈이 찡그리며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을 다만 안타까운 추억으로 간직하리라 만약에 내가 너로부터 버림받는 순간 온다면 쓸쓸한 눈빛으로 돌아서리라 돌아서서 걸어가는 그 긴 사간을 너의 후회가 와 채울 수 있도록 가득한 여백으로 비워두리라 (그림 : 김용옥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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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 슬픔의 나이시(詩)/김재진 2014. 1. 6. 13:56
별똥별 하나 떨어진다 해서 우주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내가 네게로부터 멀어진다 해서 내 마음이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밤은 세상에 있는 모든 별을 산 위로 데려오고 너는 네 안에 있던 기쁨 몇 개 내게로 데려왔지만 기쁨이 있다 해서 슬픔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쁨을 더한 만큼 세상은 아주 조금 풍요로워졌을 뿐 달라진 건 없다. 꽃은 그 자리서 향기를 내뿜고 있고 둥근 나이테 새기며 나무는 조금 더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뻗을 뿐이니 누구도 내가 초대한 이별을 귀 기울여 듣는 이 없고 사라져간 별똥별의 길게 드리운 꼬리 위로 휘황한 아픔을 새겨 넣는 이도 없다. 그렇게 우리는 흔적 없이 지워질 것이다. 네가 내 영혼에 새겨 넣고 내가 네 영혼에 조그맣게 파놓은 우물이나 그리움 같은 것들도 자국도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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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진 - 다시 누군가를시(詩)/김재진 2014. 1. 2. 12:14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햇볕과 그 사람의 그늘을 분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두운 밤 나란히 걷는 발자국 소리 같아 멀어져도 도란도란 가지런한 숨결 따라 걸어가는 것이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아픔 속에 가려 있는 기쁨을 찾아내는 것이다. 창문을 활짝 열고 새 바람 들여놓듯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전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림 : 김용옥 화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