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고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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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사람들 산에 오르다시(詩)/고두현 2017. 6. 28. 18:25
오후에는 바람이 윗쪽으로 불었다. 누가 돌아오는가 보다. 세상과의 톱질에서 지고 명퇴한 나무들이 올라오는지 바람 끝이 대패 같다. 그래 너도 한번은 끝을 보아야지. 어깨를 짚고 다독이는 산. 땀을 말리는 동안 등줄기로 톱날자국들이 지나간다. 은사시나무 허리가 휘어지는가 싶더니 잘게 쓴 뿌리들 우수수 쏟아진다. 스스로 톱밥을 쌓는 산. 저도 언젠가는 남들처럼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가고 싶은 것이다. 올라올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힘들다고, 처음 입산 때 바위틈에 사기 그릇 한 벌 감춰둔 것도 앞을 내다보고 한 일이다. 하지만 오늘은 먼데서 온 나무들이 그를 위로한다. 여기 앉아 따뜻한 국물이나 한 그릇 하라고. (그림 : 이경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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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 손바닥에 빗물 고이네시(詩)/고두현 2017. 6. 28. 18:20
중학교 때 손바닥 내밀고 매맞던 일 손보다 얼굴 더 화끈거렸지. 서소문 공원 실직당한 비둘기 떼 줄지어서 손 내미는데 펼칠수록 작아지는 세상이여. 누군가에게 손 벌린다는 것 밥을 기다리는 동안 손 쓰린 손금 위로 햇볕 잘게 부서지고 이럴 때 손은 가장 뜨거운 그릇. 모락모락 식판 곁으로 가문비나무 입김 뿜으며 다가앉네. 발갛게 익은 손 식히려고 하늘 가리는데 고마워라 찬비 일제히 비술 받으러 흙들이 손을 모으네. 식판 위에 통통 떨어지는 빗소리 발끝까지 찌르르 타는 봄날이 지나가네 (그림 : 이형준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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