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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끼에 이백원 받던 밥집
한그릇 먹든 두그릇 퍼 가든 똑같이 이백원
세그릇째인 사람은 있어도 한그릇만 퍼 가는 사람은 없던,
공짜 밥은 마음 다치게 한다고 따박따박 밥값 요구하던 곳
백원짜리 동전 두개 손바닥 가운데 올리고
자랑스레 내밀던 손들이 줄을 잇던,
내 얘기 좀 들어달라고
못 써서 그렇지 내가 열권 스무권짜리 책이라고
배부른 김에 장광설이 이어지던 식탁
하루 한끼 때우던 굴풋한 짐지게들이 문밖에 서 있던,
우거지 아니면 시래기 된장국이 끓던 스텐 양은
들통에서 솟아나는 뿌연 김 따라 삐걱대는 나무
계단을 오르면 홈리스 슬리핑백이 쌓여 있던,
예수라는 사나이보다 일찍 떠난 혜성이와 함께
일주일에 한번 밥 나르러 가던 스물한살
사장은 없고 젊은 가톨릭 수사들이 드나들던 곳
빌딩 숲 사이 언뜻 얼비치는 용산역 뒤
지금은 흔적도 없는 시장 골목
(그림 : 이용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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