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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빛이 무너지면
이 간이역에는 기다림이 멈추게 돼
나무의자에 앉아있던 기다림은
어스름 속을 서성이다 철로 아래로 뛰어내리고
어떤 눈빛은 키 작은 소나무에 걸려있기도 하고
소소한 말들은 간이역 외등 불빛에 기대고 있어
나는 한 사람을 추스르느라 철길 옆을 서성였다
석양에 물린 추억이 채 아물기 전
인화되지 않은 날들은 스스로 어두워지고
기척 없는 기적소리가
되돌아서려는 나를 자꾸 잡아당겨
뫼비우스 띠 같은 만남과 헤어짐을 걸으며
느닷없는 겨울 산처럼 가볍게 야위어 갈 것이다
마지막 기차가
한 사람의 모퉁이를 오래 돌아가고 있다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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