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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은 우리 집 제3의 명절이다.
차례나 제사는 없어도
김장은
지나온 시간과 지나갈 시간을 버무리는 시간이다.
올해 난 배추와, 파, 붉은 고추…
수년간 묶은 멸치젓갈
날것과 묵은 것
함께 잘 버무리는 시간이다.
김장은
사람을 버무리는 시간이다.
한 해 동안의 마음속에 쌓았던 슬픔과 아쉬움
툭툭 털어버리고
삶의 간 잘 맞도록
허기지지 않도록
잘 버무려 허전한 삶의 구석 채우는 시간이다.
모두 수고 많았어
수육을 돌돌 말던 김치가 말을 건넨다.
김장 김치 익어가는 내년에도
우리 가족
너무 매콤하지도 싱겁지도 않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그림 : 안호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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