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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관용 - 아지랑이꽃
    시(詩)/시(詩) 2023. 4. 20. 12:18

     

    아지랑이꽃 피는 4월의 지평선 향해

    걸어갑니다. 남들은 자동차 놔두고

    구두나 닳게 하는 뜬구름 내 행로에

    이른 봄부터 개나리꽃 활짝 피우지만

    나는 아지랑이꽃이라도 꺾기 위해

    아내의 출근길 반대편으로 소풍 갑니다.

    주머니에 피우다만 꽁초와 라이타

    그 외에 더 이상 친구도 없이

    걷고 또 걸어 아지랑꽃 핀

    아득아득한 지평선 향해 가출합니다.

    가다가 지치면 길바닥에 주저앉아

    피우다만 꽁초의 마지막 생애까지

    모두 태우고 밤이슬 눈썹에 맺히면

    산속에 쓰러져 사나운 꿈 꿉니다.

    꿈속에서도 지평선의 아지랑이꽃 따라

    산을 넘고 강을 건너갑니다. 흥,

    표독스런 암코양이들을 만나 이내

    꿈속에서도 쫓겨납니다.

    방황하는 수많은 밤하늘의 별들

    봅니다. 저 아름다운 별들이 이유 없이

    내 눈속으로 익사하는 모습 봅니다.

    아지랑이꽃을 꺾지 못하고 나도

    별이 될 수 있겠구나 생각합니다.

    한 잔의 술처럼 목마를 타고 떠난

    자들의 이름 밤하늘에 무수히 떠올리며

    새벽을 기다립니다

    아지랑이꽃 꺾어 그 별들에게

    건네줄 것을 약속하며.

    (그림 : 정인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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