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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규 - 우리 동네 이야기시(詩)/시(詩) 2023. 4. 20. 12:33
마흔 해 훌쩍 넘도록 살고 있는 동네
안면 터서 수인사하고 호형호제하던 사람들
이제는 눈 닦고 찾아보아도 없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마저 끊어진 지 오래
엎어지면 코 닿는 자리의 가게도 문을 닫았다.
늘 헐빈하게 비어 다니는 버스
타고 내리던 사람들 지키는 연쇄점
이젠 방수나 집수리 한다는 간판으로 바꿔달고
귀밑머리 새파란 새댁이 열었던 분식집
한 평이 채 될까 말까한 비좁은 곳
라면 국수 김밥도 말아 팔고
비 구죽죽이 오는 날은 노인네들 모여
정구지전 부쳐 막걸리로 주전부리도 했는데
문 닫고 어디로 갔는지 소식조차 감감하고
속절없이 물기 다 날아가버린 장작개비로
마흔 해 넘겨가면서 살고 있는 동네
(그림 : 박지오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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