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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 칠월 칠석시(詩)/시(詩) 2023. 4. 24. 19:45
내가 먼저 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어 너 혼자 남을 생각
하면 자다가도 벌떡증이 일어나 나이 사십에 옆댕이서 젖
만져줄 놈 하나 없는데 코 골고 자는 모습 보면 안스럽기도
하고 성질도 나고 내가 니 아비 먼저 보내놓고 사방의 온 병
끌어모아 이 고생인데 안 봐도 비디오여 나 가고 나면 가슴
쥐어짜고 살 텐가 내가 그 꼴을 저승 가서 어찌 보겠냐 아,
견우직녀도 매년 새 대가리 밟고 손모가지 붙잡는데 너도
아무 놈 손모가지라도 끌고 와 그래야 내가 편히 눈감어 온
몸이 종합병원인데 너는 어찌 어미 맘을 모르냐 뭣 모르고
대가리 벗겨진 콩처럼 튈 궁리만 하고 앉아 있고 사는 게 별
거 아니지만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니 너도 대
가리 그만 굴리고 나가서 한 놈만 잡아와봐 그러면 어찌 아
냐 저승 간 니 아비 새 대가리 밟고 와서 손잡고 예식장 들어
가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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