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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심 - 별빛 실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시(詩)/시(詩) 2023. 4. 24. 19:54
가막만은 별빛 자르르한 옥토였다
먼 바다 돌아 온 달이 외진 포구 넘너리에 고삐 매어두는 밤, 개밥바라기별 앞세워
대경도 소경도 물결 찰방이는 소리에 우수수 우수수수 쏟아지던 별의 금싸라기, 뭍
에서나 물에서나 별의 숨결 받아먹고 숨탄것들 탱글탱글 여물던 찰진 별 밭이었다
큰바람도 여기 와선 숨을 고르고 별들과 뒹굴었다
언제부턴가, 경도 큰 고래 작은 고래 등허리에 줄지어 내걸린 큰 전등이며 나뭇가지
친친 감은 색색의 꼬마전구에 밀려 그 많던 별들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잔잔한 바다에
고랑 이랑을 내고 별빛을 경작하던 바람도 이제 길을 잃었다
전설이 죽고 꿈도 사라졌다
밤낮없이 먹고 마시고 노느라 팽개쳐버린 별빛은 이제 더 이상 바다에 이르는 길을
내지 않는다
달빛도 별빛도 발길 끊어버린 번화가 포구에 하늘 길 바닷길 내어줄 그 바람, 아기 숨
결 같은 그 잔바람은 어떻게 오실까
(그림 : 한임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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