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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될 겁니다. 무엇이 말입니까. 그걸 모르겠습니다.
잘 살 거예요. 누가요. 우리는 잘 살 거예요. 어떻게요. 그건 모르겠지만요.
나는 당신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신과 친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신에 대해 아주 잘 알았습니다. 열 손가락에 각인된 지문을 살펴보며 낄낄댔던 장면이 기억나요. 실은 그것만 기억이 납니다. 당신을 만난 적이 있다는 것을 못 믿겠어요. 멍청이들이나 기억을 믿을 겁니다. 실은 멍청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과 친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신을 모르겠다고 말하는 멍청이가 되기 전까지는 기꺼이 멍청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나눈 대화가
전부 폭력이었다고 두려워하는 사람 앞에서
그것이 무엇이었든 우리가 누구였든
대화한 적 없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경험한 적 없는 경험에 대한 그리움에 휩싸입니다.
알고 계실 겁니다. 무엇을요. 모든 것을요. 이렇게 되어야 했던 것을요. 누가요. 그걸 모르겠습니다.
나는 할 겁니다. 무엇을요. 무엇이든요. 어떻게요. 방법은 없지만 어떻게든. 방법이 없다는 것과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얼마큼 다릅니까.
(그림 : 채경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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