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리 - 산유리에 해가 진다시(詩)/시(詩) 2022. 10. 10. 08:05
산유리에 닿기 전에 가을 해 지겠네
물길 거세느니 산세 험하느니 해도
거기까지 다다른 막다른 길 있어
산비탈 초입의 느릅나무 노목 아래 평상 놓이고
그 노거수 올봄에 틔운 햇이파리마다
먼지 같은 세월은 머뭇머뭇
반짝이며 앉았다 가겠네
명주 실오라기 같은 초가을 햇살이
조롱조롱한 고춧대 속으로 몰려드는데
인기척 없는 마을의 뚝갈, 까마중, 왕고들빼기
저마다 외로운 고요의 창검으로 울타리 둘렀다
산유리 에워싼 문학산 산그늘이
홍단풍 가지 위로 왁자지껄 내려앉으며
저희는 또 저희끼리
이 길이 생의 막다른 길이어도 좋다고
(그림 : 김정아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두례 - 자정의 거미 (0) 2022.10.12 강우식 - 우동 (0) 2022.10.12 최하림 - 가을 편지 (0) 2022.10.08 권순자 - 사수의 하루 (0) 2022.10.08 이삼현 - 양파 (0) 2022.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