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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삼현 - 양파
    시(詩)/시(詩) 2022. 10. 6. 11:39

     

    아내의 부엌에 까다 만 눈물 한 바가지 담겨있다

     

    나이를 과속할수록 소음이 심한 남편이지만

    웃으며 동승해주는 것이 고마워

    모처럼 까다만 눈물을 대신 깐다

     

    거친 흙 속에 걸음을 뻗고 쑥쑥 자라오른 흔적

    이순으로 접어드는 우리 부부도 이제

    성장이었던 뿌리와 줄기는 말라붙고 주먹만 한 결실로 남았다

     

    툭, 던진 한마디에도 쉬 부스러지는 겉껍질

    앞만 보며 참고 살아온 모래알 같은 기억 때문이다

    단단히 엉겨 붙은 흉터 딱지를 벗겨내니

    웅크린 아내의 속살이 비치고 울컥 눈이 아려온다

     

    제 안으로 깊숙이 남편과 자식들을 껴안고

    한 겹 두 겹 벗겨낼수록 작아만 가는

     

    오늘 저녁 아내는

    한 끼 행복을 위해 무슨 밥상을 준비하려 했을까

    다 드러내지 못한 속내를 까며 어떤 그늘에 잠겨 흔들렸을까

    손톱을 세워 껍질을 벗겨내야

    겨우 맑아지는 하루

     

    말없이 저를 벗기며 흘렀을 아내 대신

    오늘은 내가, 한 바가지 눈물로 울어주었다

    (그림 : 전도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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