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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자 - 사수의 하루시(詩)/시(詩) 2022. 10. 8. 17:35
빌딩 청소부가
줄 끝에 몸을 싣고 허공을 누빈다
고독에 의지한 그의 등 뒤로
봄바람 가득히 눈부시고
버드나무 가지 연둣빛 박수 소리 청량하다
새들이 날개로 그림 그리는 동안
남자는 물줄기로 벽에 하루를 그린다
공중을 날아가는 노래들
먼지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일상을 덮던 케케묵은 먼지들이
떠밀려가는 곳이 어디일까
바람을 타고 묵직한 하루를 씻어 낸
남자의 어깨는 가벼워져
여린 저녁 햇볕에
잘 마른 빨래처럼 흔들린다
(그림 : 이현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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