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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은규 - 목화밭 이야기
    시(詩)/시(詩) 2022. 10. 4. 08:30

     

    탄성으로 피어나는 꽃이 있다

     

    피어날 때 하양

    지기 직전 분홍을 완성헌더는 목화에 대해 알고 있니

    아침에 희고

    저녁을 지나 붉어지는 이치

    혀끝 속삭임에 물들어가는 마음과 같이

     

    가까운 하양과 먼 분홍 사이

    완성되지 못한 문장들이 피었다 지다 피었다 지다

     

    목화의 꽃말은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뜻의 우수

    그런데 우리는 왜

    근심 쪽으로 몸이 기울었을까, 함부로

    혹은 입춘과 경칩 사이 절기를 떠올렸을까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에 대해 알고 있니

    목화꽃이 지고 나면 둥글게 차오른다는 다래

    다래의 맛이 달아 하도 몸이 달아

    몰래 숨겨놓고 먹었다는 소년의 비밀비밀

     

    그런가 하면 다래가 터뜨린 솜꽃을 편애하는 자가

    어느 시험에서 두 번 꽃 피우는 나무에 대해 물었다고 해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속삭임, 귀가 멀어도 좋을

     

    한 시인은

    목화밭과 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우리는 아직 지나가고 있을까

    이미 돌아오고 있을까

    약속을 잊어버린 약속처럼

    먼 분홍과 가까운 하양 사이

    안 들리는 탄성으로 피어나는 기억 한 점

    (그림 : 문미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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