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가경 - 사문진 나루터에서시(詩)/시(詩) 2022. 9. 30. 15:06
꽃 필 때를 알고 찾아온 사람들
머리카락은 대게 희끗하다
이 나무에서는 어떤 향이 나고
저 나무에서는 어떤 향이 나는지
생목의 목피를 벗겨보지 않아도
핀 꽃의 입모양을 보면 안다
말문 터진 속도가 다른 것처럼
술잔 속에서 출렁이는 낙동강 물에
주막의 막걸리는 주모의 시름 맛이다
겨울의 이별 때문에
움츠리다 온 사람들은 벌컥벌컥
꽃의 향기를 삼키고
높은 나뭇가지 올라가
먼저 핀 꽃이 되는 사문진 나루터
그 옛날 돛배를 펄럭이게 하던 바람이
돌아와 꽃을 흔든다
성급하듯 먼저 터트린 웃음에
희번득 따라 웃는 강물소리
(그림 : 김영애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병만 - 텃밭 나팔꽃 (0) 2022.10.06 이은규 - 목화밭 이야기 (0) 2022.10.04 권순자 - 골목길 1 (0) 2022.09.30 이영 - 빈집 (0) 2022.09.28 이영 - 웃음보시 (0) 202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