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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했던 방 하나
따로 가져 보지 못하고 떠나온 고향
고향 지키며 저 혼자 늙어 가는 빈집은
알아야 할 역사와 몰라도 될 비밀을 꿰찬 독거노인이다
옹색할수록 자식 농사 오진 영자네 식솔들 다독여 키워준
둥근 밥상에 둘러앉아 양푼의 정을 나누던 삼남육녀
과거로의 타임머신은 연보라 꽃대궁 한들거리는 마비의 무도장
무장다리 밭에 머물다가 타향에 둥지 튼 혈연들을 그려본다
상주읍 남성동 57번지, 이자 덕자 영자 아버지 문패 걸린
있으나 마나한 대문이, 이름값은 하겠다는 야무진 각오의 대문이
구남매를 반듯하게 지켜주었지
서울 충주 인천 더러는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빈집이었다가
흔적조차 없어진 언저리를 기웃거리는 낮은 그림자 하나
가진 것 보다 없는 것이 풍성함을 되돌아본다
두드리지 않아도 딩딩 울리는 여기
공명음이 가득한
내가 빈집이다
(그림 : 김우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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