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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례 - 자정의 거미시(詩)/시(詩) 2022. 10. 12. 12:42
가느다란 거미가
멈췄다 다시 걸음을 옮긴다
이슬 한 방울 거두려고 풀잎을 더듬거리며
축축한 자정을 건너는 중
배터리 닳은 로봇처럼 느려지다가도
언제 방전되었냐는 듯
다시 졸음을 쫓고 빠르게 움직이지
자신의 몸으로 만들어야 하는 길
어둠을 엮어 건너야
새벽이 올 것이다
까딱하다가는 풀잎에 미끄러질 수 있어
이슬방울 하나 딸 때도 흔들리는 그물을 생각한다
가까이 있던 창은 다시 흐려지고
다시 제자리인 듯 밤을 견디지
그의 시간은 25시
발길이 바쁜 여린 염낭거미
밑창 닳은 운동화 코를 차던 출근길을 떠올린다
눈물 많은 별을 닦느라
앞만 보고 동동거렸다
가까이 오고 있을 새벽
그는 지친 불빛을 건너고 있다
(그림 : 전은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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