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삼용 - 눈 내리는 성포항시(詩)/시(詩) 2022. 7. 29. 16:56
출항 등이 하얀 고깔모자 눌러쓴 채 육지로 돌아온 밤
함박눈은 전봇대에 흰 털옷 걸치고
목쉰 바람까지 음표 없는 음계를 전깃줄에 매달다가
길바닥에 굴러다닌다
생계를 물고 온 배들이 비린내를 흘리고
고양이 울음소리에 선창 가로등 쌍심지를 켜면
죽음을 저항하는 최후통첩을 보태며
부레 호흡 이어 가던 생선 아가미에 차오르는 선혈
막걸리 주전자처럼 찌그러들던 춘자의 생짜배기 18번도
디지털화된 반주기에 푸른 숫자판 되어 박힌 지금
수건으로 툴툴 털어내는 어깨 위 눈 부스러기 같은
선술집 안 버려진 추억마저 헐렁해지고
그때는 눈 오는 오늘 성포는 더더욱 적적하다
만 건너 가조도를 잇던 뱃길 대신 아치형 다리가 놓여
섬사람들이 흘리고 간 얘기들이 폐그물에 걸리는 밤
눈송이도 바닷속으로 투신하는데
닳고 닳아 희미해진 성포항 파시의 기억을 하얀 눈발은
지금도 차곡차곡 지우고 있다성포항 : 경상남도거제시 사등면 성포리에 있는 어항이다. 1972년 2월 23일 지방어항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시설관리자는 거제시장이다
성포마을은 본래 내사리에 속하는 북쪽 갯가에 선창의 포구가 있었는데 부산과 마산 통영의 항로가 발전되어 항구마을이 형성되었으며 사등성과 포구의 뜻으로 성포라 하였고 1936년 사등면사무소를 지석리에서 옮겼다.
(그림 : 김세견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이숲 - 달팽이의 높이 (0) 2022.08.01 심보선 - 나날들 (0) 2022.07.30 이향란 - 나는 아직 돌아오질 않았네 (0) 2022.07.29 김송포 - 그리움이 벽이다 (0) 2022.07.27 정기복 - 단양 마늘 (0) 2022.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