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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포 - 그리움이 벽이다시(詩)/시(詩) 2022. 7. 27. 22:45
북촌마을 골목은 서로 닮아 있다
벽과 벽 사이 대문만 아니라면
다 한집인 줄 알겠다
오래된 그리움이 사는 까닭이다딱 저만큼의 높이로 갈라서 있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리움은 그러니까 벽을 갖는 일이다 보일락 말락 아슬한
경계로 눈빛 오가는 일이다 가난을 모르던 골목길에 땅속 깊
이 나는 거울을 묻어놓았다 우물 속에 별도 은하도 허리를
꺾고 부르던 노래도 다 묻어놓았다 구들장 안의 정지에서 밥
을 짓던 불빛이 새어 나온다어머니가 골목에서 소녀를 부른다 그만 놀고 들어와 밥 먹
어야지 종갓집 맏며느리의 곡소리가 담장 주름 사이로 흘러나
온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진지 삼년상을 올린 가락이 휘어진다
담벼락을 돌아 귀퉁이로 가면 애인은 부엉이 흉내를 낸다 밤
마다 소리는 창을 넘고 천변을 타고 자전거 바퀴를 따라가고꽃과 새들이 음표를 달아 통과하는 도돌이표처럼 굽는 길
(그림 : 양종석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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