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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철산 - 놀라운 노동의 가치
    시(詩)/시(詩) 2022. 7. 15. 20:49

     

    파업이 끝나자 처음 알았지 우리 노동의 놀라운 가치

    삼십 년 동안 한 달 이백만 원 남짓 고스란히 모아도 어림없는

    한 달 파업의 가치 놀라운 가치

    수백 억 손해배상 청구서와 수십 명 해고통지서

    처음 라인을 멈추고 기계를 멈추고 공장을 세우고

    공장을 지키면서 시작한 싸움 한 달 동안의 파업

    손때 묻은 기계를 세우고

    몽키스패너 대신 노동조합 깃발을 들면서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최저생계비와 일자리 보장

    재벌들이 경제를 망쳐도 노동자 탓

    비리와 부정으로 세상이 썩어도 노동자 탓

    평생 공장에서 일만 했던 노동자 탓

    세상 허물 다 노동자 탓이라 몰아도 눈감았지만

    삼십 년 노동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리는 세상

    쫓겨난 자 노여움에 공장 앞을 떠나지 못하고

    남은 자 부끄러움에 쫓겨 돌아가는 오늘

    우리는 몰랐네

    평생 부품에 묻혀 기름때에 절은 노동의 가치

    모두가 외면했던 우리의 가치

    하루를 멈추고

    기계를 멈추고

    세상을 멈추었을 때 비로소 존중되는 놀라운 가치

    (그림 : 김인순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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