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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실 - 여름의 무릎시(詩)/시(詩) 2022. 7. 14. 23:48
능소가 피었던가 그날
자귀나무는 폭죽 같은 꽃들을
터뜨렸던가
향기로운 언어들로
흐드러진 여름이었다
당신이 오지 않을까봐
꿈에도 발목이 젖었던 밤들
보내고 돌아와 울 때
내 들썩임에도 떨어지던 꽃잎
무릎을 꺾어본 자만이 바닥을 알 수 있다고
당신은 가방에서 구겨진 꽃을 건넨다
다시 무릎을 굽혀 신발끈을 매어준다
무릎을 접고 앉아 등을 내어준다
신이 인간의 무릎에
두 개의 반달을 숨겨둔 이유
엎드려 서로의 죄를 닦아내는 일
정원을 가꾸는 일
무릎 속에 뜬 달 이지러질 때까지
대지에 무릎을 꿇고
(그림 : 이금파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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