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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춥고 배고픈 밤일수록 열차는 더디 오고
더러는 바람 부는 길모퉁이
생업의 풀뿌리로 떨고 있거나
더러는 눈도 비도 되지 못한
이 겨울의 진눈깨비로 날릴지라도
약속된 불빛을 기다리며
묵묵히 철로 위의 침묵을 견디어낼 때
잃어버린 집결지를 찾아들듯
녹슨 포복으로 열차는 오고
그 나지막한 흔들림과 흔들림 사이
삶은 또한 서둘러 슬픔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지우라 하네
기다림의 끝은 무엇이어야 하나
열차에 발을 올려놓으며
잊지 않았다는 듯 뒤돌아보는
(그림 : 김지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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