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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택 - 비에게 듣다시(詩)/윤성택 2022. 6. 28. 09:47
귀를 대보아도 추억은 난청일 때가 많다
몰아쳤다가 흩어지는 점들의 외곽
가로등은 불빛을 뿌리며 척박한 거리를 키웠다
몇몇 약속은 필라멘트처럼 새벽이 되곤 했지만
나는 아직도 그 온기를 잊지 못한다
흐르는 얼룩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유리창은 인상파처럼 집착을 뭉갠다는 사실,
두고 온 날들이 비를 흠뻑 맞고 여전히
가는 빗소리로 턴테이블을 돈다
나는 지하 카페 뒷좌석이거나 눅눅하게 젖어버린 노트,
그러다 뒤집힌 우산이 버티는 후미진 방치
불행하게도 오늘은 스피커만큼 현현하다
바닥 곳곳 둥근 테두리 생겨나고
손잡이를 움직이자 소리가 쏟아져 들어온다
완전한 소음이 될 때까지
시간은 리시버를 구름에 꽂는다(그림 : 이종화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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