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택 -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시(詩)/윤성택 2020. 6. 30. 21:04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피다 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한다면
사랑은, 제 계절을 위해
하나의 꽃에 한 시절 열렬했다는 거겠지요
그러나 사랑은 이별을 기다려 본 적 없고
이별은 사랑을 기약할 줄 모르니
우리는 각자의 색으로 피어 들녘을 견딜 뿐입니다
무시로 피었다 저무는 사람이
향기로 젖는 몇 날,
꽃은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햇볕에 씻느라 색을 풀어놓았습니다
살면서 몇 번의 계절이 꽃을 앓을까 싶어
조심조심 밤을 걷습니다
시간이 깃들어
기꺼이 생기를 기록하는 시듦, 그 사이
누군가 한낮이 되었습니다
꽃이 나의 계절을 찾아와
한 시절 피다 간 것을 사랑이었다고 말한다면
꽃은, 열렬히
한 시절 햇볕을 내게 준 것입니다(그림 : 이영철 화백)
'시(詩) > 윤성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성택 - 비에게 듣다 (0) 2022.06.28 윤성택 - 정류장 (0) 2017.06.25 윤성택 - 비망록 (0) 2017.06.25 윤성택 - 저녁의 질감 (0) 2017.06.25 윤성택 - 신파 (0) 2017.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