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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눈부신 햇빛의 제목
잎잎은 승차권 같은 바코드를 잎맥에 입혀 환승 중이다
실눈이 좁게 우회하는 길 밖으로 꽃들을 부빈다
서로에게 흔들리면서 목걸이처럼 찰랑이는 오후
정류장은 종일 누군가를 기다린다
오래전 빗방울 습기 한 점이 나였던 적이 있다
나는 그곳을 다녀간 내 수많은 성향이다
햇빛은 습기를 공중에 적는다 기억할수록
점점 타인이 많아진다
버스에 올라 정류장 푯말을 바라볼 때
텅 빈 시간의 기압에서 느껴지는 비의 냄새,
어느 길에서는 먹빛 구름이 차창이다
사랑에 대해 점괘를 확신하고 있으면
정류장에서 그날은 비가 내린다
(그림 : 권대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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