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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곤 - 파도의 조각품시(詩)/시(詩) 2022. 6. 24. 11:17
지호도 바닷가
말랑말랑한 물의 손이 바위를 깎는다
파도는 바위를 깎는 석공의 자손
물려받은 녹슨 망치 하나 없어도
가업을 이어간다
파도가 몸을 던져 바위의 급소를 내리쳐도
꿈쩍도 하지 않는 갯바위
멋쩍은 파도가 찰랑찰랑 말을 걸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몇백 년을 더 부딪쳐야 돌 한 조각 얻어낼 수 있을까
몽돌밭은 파도의 야외 조각품 전시장
모양과 무늬가 다른 작품을 귀로 감상할 때
몽돌 위를 달리는 바람 소리
우르르 몰려다니는 갯강구 발소리
몽돌 하나가 움직이면
어깨 맞댄 여럿이 함께 뒤척이는 소리
자그락자그락
몽돌밭에 누워있는 나에게
파도가 묻는다
왜 가슴 속 모서리는 깎아내지 않느냐고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갈 때마다
모서리 다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 : 한형학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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