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옥수 - 1인분의 식사시(詩)/시(詩) 2022. 6. 24. 11:14
노을을 앞세운 노신사가 식탁 앞에 앉자마자 2인분의 식사를 주문한다
둘러보아도 함께 온 사람이 없다. 눈치 빠른 여주인이 식사 동행을 자처하며 가정사를 고등어 간 보듯이 캔다
그도 헛헛한 웃음을 허공에 날리며 억지 장단을 맞추어준다. 오래전에 가버린 아내가 죽어가면서 식사 때마다 그의 아내가 자기 밥을 챙겨달라고 당부를 했는지 모를 일이다
가슴을 울린 식객의 밥상위에 내 숟가락을 올려놓는다. 혼자가 된다는 건 불편한 일이라서 마음에 없는 말을 해야 하고, 불 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혼잣말을 해야 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1인분의 식사를 해야 한다. 노신사의 독백이 덜컥 내 가슴의 문턱을 넘어 온다. 오늘따라 흰 눈발을 앞세워 식당 문을 밀고 들어오는 흰 모자가 여럿이다.
(그림 : 이재세 화백)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미선 - 다랭이마을에서 (0) 2022.06.25 김권곤 - 파도의 조각품 (0) 2022.06.24 옥빈 - 안전화 (0) 2022.06.22 최영랑 - 숨비 소리 (0) 2022.06.22 이서화 - 사람이 숨은 사람 (0) 2022.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