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화 - 사람이 숨은 사람시(詩)/시(詩) 2022. 6. 22. 16:00
숨어 있는 사람이 있다
잠깐 숨었다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길게 나보
다 더 나같이 숨어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보면 간혹
다른 사람의 말투와 행동이 보이기도 한다
제 몸을 덮고도 조금 더 남은 옷을 고집하거나 자꾸
자신의 뒤를 넓히려는 사람은 그 안에
다른 사람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또 그건 누구나 한 번쯤 꼭 겪는 일이어서 맑은 날 그
는 평소보다 더 넓고 큰 그림자를 갖고 있거나 옛날 우
리 언니처럼 마음을 품었던 담장 밖을 귀담아듣기도 한
다
사람은 누구나 사람 속으로 숨는다
자신에게 거짓말로 숨는 사람, 눈치 속에 숨는 사람
그러다 가끔은 불쑥,
사람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오기도 하는데
그땐 사람의 말로 난무하는
만상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림 : 이재연 작가)
'시(詩) >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옥빈 - 안전화 (0) 2022.06.22 최영랑 - 숨비 소리 (0) 2022.06.22 민왕기 - 공중에 떠돌던 말 (0) 2022.06.21 민왕기 - 여름엔 완당을 풀어 마신다 (0) 2022.06.21 김권곤 - 폐타이어 (0)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