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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기 - 여름엔 완당을 풀어 마신다시(詩)/시(詩) 2022. 6. 21. 10:34
완당을 좋아한다 우리가 사랑한 은어같이 흰 것을
오후에는 연한 밀을 연한 물에 풀어 마시고
밀의 조금과 물의 조금을 얻어본다
완당집, 물기가 좋아 밀이 흐늘거리고 밀의 밀이 구름을 닮아간다
중국에서 온 이 음식은 떨리는 밀의 말
당신과 마주앉아 부드러운 밀의 혀를 녹여 마시며
혀로 핥을 수 없는 안까지 줄 수 있다
흐린 날엔 광안리 18번 완당집에서 만나 눈을 보면서
서로 안을 마신다
우리가 오래도록 주고받은 밀어같이 흔들리는 것을
눈가에 어리도록 천천히 완당은 풀어지고
당신이 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다
둘이 부르던 은어와 밀어들이 지느러미를 치며 흘러간다
우리는 밀을 닮은 구름, 여름엔 따뜻한 물에 완당을 풀어 마셨다
(사진 : 다음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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