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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왕기 - 공중에 떠돌던 말시(詩)/시(詩) 2022. 6. 21. 10:39
해안의 긴 밤으로 도망가 같이 살아줄 수 있나요
말이 입에 돌면 사람은 간절해져 사모하게 된다는 걸
나는 여러 번 혼잣말을 해보며 알게 되었다
내 바다가 되어줄 수 있나요, 나는 바다에게도 말하고
그 말이 가면 물이 솜털을 적셔 내게로 오곤 했다
해변의 모래 한 줌에게 내 모래가 되어줄래요, 하면
그 모래를 두고 가기 싫고 언젠가 만나러 와야 할 것 같았다
이 생에 한 번은 내어보고 싶었던 말을 참고서 혼자 부르는 이름들
세상이 시시하니까, 혼자 하는 연모로 눈시울은 붉어지곤 한다
그 말들은 누구나 오래전부터 다 한 번씩은 되뇌어 보았던 말
혼자 밥을 먹거나 촛불을 켜거나 시를 읽는 사람들이
다 한 번씩 해보았던, 공중에 떠돌던 말
나와 당신도 모르게 만나, 서로 기대어 있었던 말
(그림 : 하이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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