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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권곤 - 폐타이어시(詩)/시(詩) 2022. 6. 21. 10:27
타이어는 앞만 보고 달린다
도로는 타이어의 지문을 읽으며
둘둘 감아놓은 길을 계속 풀어준다
도로가 러닝머신 벨트처럼 달리고
타이어가 제자리에서 뛰기도 한다
지구 두 바퀴 이상을 달리던 어느 날
지문이 뭉개지고 없다며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해고되었다
생활정보지 구인란을 뒤적거려도
받아주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배를 타보지 않겠느냐는 말에
감지덕지해 달려간 여수 연안여객선터미널
비릿한 갯냄새
출렁거리는 파도에 멀미하며 종일
잔교에 매달려 여객선을 기다리는 일이다
여객선이 부두에 접안 할 때마다
둘 사이에 끼어
몸이 찌그러지고 깨어져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실업의 입가에 미소가 흐른다
(그림 : 임현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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